산에서 마주한 삶
웅장한 산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는 더 큰 세상이 펼쳐진다.산속에서 마주한 새로운 경험과 삶을 그린 영화를 골랐다.
산에서 배우는 청춘의 성장기
<우드잡>
청년이 된 히라노 유키(소메타니 쇼타 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간절하게 원하던 대학은 떨어졌고, 여자친구도 떠났다. 그나마 낙관적인 성격이 장점인 유키는 광고 전단지에 실린 여자 모델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1년 과정의 산림관리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한다. 연수 프로그램에 막상 참여해보니 전단지 속 여인은 없고 모조리 남자만 모여 있어 실망하고 만다. 더군다나 연수 프로그램은 휴대전화 신호도 잘 잡히지 않는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서 진행돼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유키는 1년간의 실습 후 주어지는 자격을 얻기 위해 벌목 베테랑 기술자인 이다 요키(이토 히데아키 분) 집에 머물며 일을 배운다. 하루 종일 삼나무의 종자를 채취하고 묘목을 심고 때로는 벌목까지 하는 고된 일과지만 유키는 어느새 일에 몰두한다. 임업은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를 손자가 베어 팔 만큼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벌목보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유키는 산림을 관리하는 일의 의미와 목적을 되새긴다. 실습 중 자신을 이곳으로 이끈 광고 모델이 현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키. 그는 과연 한층 더 성장하고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도 이룰 수 있을까?
Wood Job(2015, 일본)
감독 야구치 시노부
출연 소메타니 쇼타, 나가사와 마사미, 이토 히데아키 외
장르 코미디
노년의 애팔래치아 산맥 정복기
<어 워크 인 더 우즈>
미국인 중에는 버킷 리스트로 PCT(Pacific Crest Trail,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도전을 꼽는 이가 제법 많다. 멕시코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산맥을 종주하는 코스로 장장 4,279km에 달하는 초장거리 코스다. 봄에 시작하면 보통 가을 무렵 캐나다 국경에 도착하는 코스로 완주자도 연간 몇 명이 되지 않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PCT 완주가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두 노인이다.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산속이지만 두 노인은 너무도 느긋하게 코스를 음미한다.
영화의 원작은 3년 연속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빌 브라이슨의 기행문 <나를 부르는 숲>이다. 영화 속 빌 브라이슨과 영혼의 단짝인 친구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코스의 절반을 향해 걸어가던 중 완주를 포기하고 유쾌하게 도전을 마무리한다. 이미 영혼의 친구를 얻고 대자연 속에서 성찰도 하였으니 그들의 선택에는 일말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 도전하는 용기도, 포기할 줄 아는 현명함도 지닌 두 노인의 아름다운 도전기가 감동적인 영화다.
A Walk in the Woods(2015, 미국)
감독 켄 콰피스
출연 닉 오퍼맨, 크리스틴 스칼, 로버트 레드포드, 엠마 톰슨 외
장르 모험
한반도의 보석 같은 국립공원
<무경계>
한반도의 거룩한 자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무경계>의 주인공은 바로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에는 북한산, 지리산, 속리산, 팔공산, 치악산, 설악산 등을 비롯해서 총 23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비경과 그 속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역동감 넘치는 기법으로 촬영해 러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다. 첩첩이 쌓인 거대한 산맥을 앞에 두고 떠오르는 태양의 광택과 산을 가르고 떨어지는 장엄한 폭포수의 타격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하다. 영화에선 하늘과 바다, 인간과 자연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은 경계선에 머물지만 대자연은 경계를 초월해서 존재한다는 무경계의 세계를 묵직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전국 18곳의 국립공원에서 1년 동안 촬영한 끝에 완성한 <무경계>는 호주 시드니영화제에서 최고 연출상과 촬영상을 받았고, 프랑스 몽블랑영화제, 홍콩국제영화제, 미국 세도나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K-자연의 거룩한 비경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No Boundaries(2023, 대한민국)
감독 진재운
장르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