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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도 괜찮아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구하는 못난이 농산물의 힘. 음식을 대하는 관점을 바꿔줄 ‘푸드 리퍼브’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ditor 이슬지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 보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걸 종종 본다. 특히 마감 시간이 임박하면 재고 소진을 위해 더욱 할인 폭을 높인 일명 ‘떨이’ 제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늦은 시간에 마트를 찾는 이들도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치즈, 우유, 소스, 라면 같은 가공식품까지 할인 품목도 다양하다. 만약 그대로 유통기한을 넘긴다면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사라지고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 마트는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 수익을 내고, 소비자는 원래 가격보다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모두에게 유익하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도 보호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지만 외관상의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적극 구매하고, 또 이를 활용해 새로운 식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푸드 리퍼브(Food Refurb)’가 주목받는 이유다.  

농산물도 외모 지상주의

2014년 프랑스 슈퍼마켓 ‘인터마르셰(Intermarche)’에 걸린 포스터 한 장이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당근 그림과 함께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가 새겨진 것. 모양이 좀 못생기고 이상해도 요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포스터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못생긴 농산물은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버려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포스터가 등장한 이후 못생긴 식재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고 못난이 농산물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식재료를 넘어 음식물의 폐기를 줄이는 것까지 푸드 리퍼브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버려지는 음식의 양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은 약 13억 톤. 전 세계 음식 소비량의 3분의 1에 이르는 양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멀쩡한 음식을 버리는 것도 모자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푸드 리퍼브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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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버리지 말고 기부하는 ‘음식물 쓰레기 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일정 면적 이상의 마켓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했지만 아직 섭취가 가능한 음식을 버리는 대신 자선단체나 지역사회 소외계층에게 기부하도록 의무화한 것. 나아가 2025년까지 음식물 쓰레기의 5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못생긴 당근 포스터에서 비롯된 푸드 리퍼브 열풍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확산해 이어지는 중이다.

전 세계의 푸드 리퍼브 열풍

덴마크의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위푸드(Wefood)’는 세계 최초의 식품 리퍼브 전문 슈퍼마켓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라벨, 용기 등의 파손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시중 가격보다 3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판매 수익은 저소득층과 개발도상국 지원에 쓰여 의미를 더했다.
영국의 유통회사 아스다(Asda)는 일명 ‘못난이 채소 상품 박스(Wonky Veg Box)’를 판매해 주목받았다. 못난이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캠페인과 함께 못난이 농산물을 박스에 담아 판매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했다. 또 영국의 한 식당에선 버려질 위기에 놓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한다. 2013년 오픈 이후 지금까지 무려 5,00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고, 지금도 7개국 120개가 넘는 매장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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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못난이 농산물을 농가에서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가 인기다. 미국 내 농가 250여 곳에서 22개 도시, 20만 명이 넘는 소비자에게 못난이 농산물을 배송하고 판매한다. 산지에서 집으로 바로 배송해주니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마트보다 30%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 발견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자 농가를 살리기 위해 버려질 위기에 놓인 못난이 감자를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이후 마트에 납품된 못난이 감자는 이틀 만에 전량 판매됐고, 모양만 다를 뿐 맛과 영양에서 차이가 없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못난이 농산물’ 판매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온으로 모양이 온전하지 않거나 흠이 생긴 농산물을 20~40% 저렴하게 판매하는데,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탓도 있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에 중점을 둔 라이프스타일의 영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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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이들도 있다. 사회적 기업 ‘파머스페이스’는 농가의 못난이 농산물을 식품 가공업체와 연결해주는 직거래 플랫폼을 운영한다.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던 농가와 가성비 높은 식재료의 공급을 원하는 식품업체 모두의 ‘공생’을 돕는다. ‘프레시어글리’는 못난이 농산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정한 모양과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헐값에 처분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 못난이 농산물의 시식과 활용법을 제안하는 팝업 스토어를 열어 못난이 농산물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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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자란 농산물이 우리 집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자원이 필요하다. 못생긴 사과 하나를 버렸다면, 그 사과를 키우는 데 필요했던 물과 흙, 농부의 땀방울까지 모두 버리는 셈이다. 지구 한쪽에선 식량 부족으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급에 비상이 걸린 지금, 매일 먹는 한끼 식사, 식재료 하나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푸드 리퍼브는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일임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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