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노래
풍요한 가을의 대표 먹거리를 노래에서 찾았다.
오현명의 ‘명태’와 강산에의 ‘명태’
10월이면 강원도 고성 거진항을 중심으로 명태축제가 열린다. 명태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먹거리이자 수많은 이름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식재료다. 명태를 주제로 한 노래 중에 양명문 시에 변훈이 곡을 붙인 가곡 ‘명태’는 회화적으로 표현한 가사와 멜로디로 바리톤 오현명이 불러 젊은층 사이에서 크게 히트하기도 했다. 강산에가 부른 ‘명태’는 재미있는 가사에 독특한 창법이 흥겨움을 더한다.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구워서 술 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소주 한잔 곁들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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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의 ‘고등어’
고등어는 가을이 제철인 대표적인 서민 생선이다. 가요계의 음유시인으로 통하는 루시드폴이 부른 ‘고등어’는 비릿하고 저렴한 이미지의 생선에 현실을 가미한 독특한 가사와 감미로운 선율, 부드러운 목소리가 어우러져 매력적인 곡이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고등어가 ‘가난한 그대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라며 위로하는 대목에서는 고등어와 인간이 단순히 먹이사슬 관계가 아니라는 생태학적 철학을 느끼게 한다. 가난하고 고단한 사람들의 한끼 반찬으로 삶의 위안과 건강을 챙겨주는 고등어에게 투영된 루시드폴의 따스한 시선이 흥미롭고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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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소년의 ‘귤’
언제라도 쉽게 까먹을 수 있는 귤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과일이다. 인디밴드 재주소년의 노래에도 귤의 익숙함이 가사 곳곳에 배어 있다. 지난겨울 먹던 귤 향기를 오랜만에 다시 맡았더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난다거나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로 얼마나 고민했었나라는 가사에서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재주소년의 멤버인 박경환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귤 향기만큼이나 상큼하고 발랄한 멜로디가 반복되며 저절로 흥얼거리게 만드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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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선의 ‘사과꽃’
가을에 수확하는 대표 과일인 사과를 소재로 한 노래 중에는 김완선이 지난해 10월 25일 발라드 장르로 발표한 ‘사과꽃’이 있다. 수줍은 소녀의 분홍빛 뺨처럼 아련하고 여린 사과꽃을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힘든 이별 경험을 담은 곡이다. 김완선은 작사·작곡은 물론 뮤직비디오 촬영과 편집, 앨범 표지 그림까지 직접 그려 아트테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여린 사과꽃이 굵고 검붉은 능금으로 성장하는 과정처럼 그녀의 음악 인생은 아직 미완성이며 여전히 질주 중인 1세대 댄싱퀸의 음악적 감수성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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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자 낙엽을 떨구는 시기다. 정신없이 달려왔던 한 해의 결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해도 잠시 쉬어도 좋은 시간이다.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다음 해인 2014년에 발표한 ‘시간과 낙엽’은 쓸쓸한 가을 공허해진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는 노래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난 추억이란 댐을 놓아 미처 잡지 못한 기억이 있어…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노란 은행나무에 숨은 나의 옛날 추억을 불러본다’…. 잊혀지는 기억의 아쉬움을 가을에 빗대어 노래한 가사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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