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여름의 지혜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땀 흘리기를 감수하는 사람들,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수영복을 입고 물에 뛰어드는 도시민, 더운 여름날 새해를 맞이하는 국민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천으로 온몸을 감싸는 민족까지, 세계 각국의 여름나기 모습들.
UNITED KINGDOM
이글이글 바비큐와 가든파티


영국에서 여름은 곧 바비큐의 계절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가에서 이열치열의 묘미를 즐기는 것이다. 햇빛에 피부가 벌겋게 타는 것도, 맥주 한 잔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수시로 날이 흐려지고 비가 내리는 영국에서, 여름 한 철만큼은 쾌청한 시기가 비교적 길기 때문이다.
정원이 있는 주택 마을에서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온종일 지붕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동주택이 모인 번화가라도, 마을 공원이나 교회 정원 등에서 바비큐를 곁들인 가든파티가 자주 열린다. 기념일이라서, 날씨가 화창해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열려서, 아이들이 여름 캠프를 떠나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 오죽하면 ‘영국에서는 어떤 일이든 바비큐 파티를 열 이유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까. 영국 로컬 식품 유통 기업 스파(Spar)가 영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비큐 관련 설문조사에서, 약 70%는 여름철 한 달에 한 번 이상 바비큐를 즐긴다고 답했고, 8%는 일주일에 한 번, 5%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바비큐를 한다고 답했다. 그야말로 바비큐의 민족이다.
가든파티는 영국에서 중요한 사교의 장이다. 오늘 이웃집에 초대받고 그다음 주 내가 주최하고, 이후 또 다른 이웃집에서 바비큐 모임을 하며 여름을 보낸다. 가든파티에 초대받으면 디저트나 샐러드, 와인 등 함께 나눠 먹을 음식을 챙겨 가는 게 예의.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꽃다발을 준비해 가기도 한다.
바비큐의 주메뉴는 빵과 고기다. 영국 설문조사 기업 유고브(YouGov)의 바비큐 메뉴 선호도 조사에서, 닭꼬치와 롤빵(Bread roll), 닭가슴살, 돼지고기 소시지, 마늘빵, 구운 감자가 80% 이상 선호도를 보여 ‘천상계(God tier)’ 메뉴로 꼽혔다. 소고기 스테이크와 감자 샐러드, 채소 샐러드, 피타(둥글고 얇은 빵), 코울슬로, 옥수수 구이가 그 뒤를 이은 상위(Top tier) 메뉴에 올랐다. 굽는 게 무엇이든, 소시지나 고기류는 빵 사이에 끼워 먹는 게 ‘국룰(국민 룰)’로 여겨진다.
SWITZERLAND
첨벙첨벙 호수 물놀이, 리도


스위스에는 바다가 없지만, 바닷가 못지않은 호숫가 수영장이 있다. 우리나라 해변 같은 강변 수영장을 ‘리도(Lido)’라고 부른다. 도심부터 외곽까지 스위스 전역에 다양한 리도가 있다. 데크를 설치한 곳, 모래사장이 길게 펼쳐진 곳, 다이빙 스폿이 근사한 곳과 잔디 광장이 조성된 곳 등 각각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스위스의 유명한 리도로 리바디 샤프하우젠(Rhybadi Schaff-hausen), 리도 디 루가노(Lido di Lugano), 리도 로카르노(Lido Locarno), 라 종시옹(La Jonction), 리도 아스코나(Lido Asco-na), 마르칠리(Marzili)가 꼽힌다.
먼저 라인강에 위치한 리바디 샤프하우젠은 140년 역사의 유서 깊은 수영장이다. 옛 모습을 보존하면서 시설을 업그레이드해 쾌적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살아 있다. 샤프하우젠의 랜드마크인 무노트(Munot) 요새가 올려다보이는 자리라는 점도 매력. 1·3m짜리 다이빙대와 핀란드식 사우나 시설도 갖췄다.
리도 디 루가노는 산 살바토레(San Salvatore)산에 둘러싸인 호수에 조성되었다. 은빛 모래사장 덕분에 스위스를 대표하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비치발리볼 코트와 워터 슬라이드, 올림픽 경기 규격에 맞는 수영장까지 갖춘 물놀이 명소다. 다이빙대가 있는 수영장도 인기. 무려 10m에 달하는 다이빙대에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리도 로카르노는 600m에 달하는 모래사장과 호수를 둘러싼 산맥이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휴양 시설뿐 아니라 수영 교육장과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웰니스&스포츠 시설을 갖춘 게 특징. 일일 이용권을 비롯해 1·4·12개월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오묘한 물빛이 아름다운 제네바의 라 종시옹과 4,000㎡의 드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리도 아스코나, 국회의사당 바로 아래,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마르칠리까지 대표 명소. 여름철 스위스 여행을 계획한다면 수영복과 비치 타월을 꼭 챙기길!
THAILAND
물 뿌리며 심신 정화, 송끄란


태국의 여름은 우리보다 일찍 찾아온다. 한반도에 신록이 우거질 무렵 태국은 푹푹 찌는 무더위 한복판으로 달려간다. 4월이면 기온도 습도도 높은 한여름. 이 시기 태국 각지에서는 송끄란 축제가 열린다. 송끄란 기간에는 너도나도 물총이며 바가지로 물을 뿌린다. 시원한 물줄기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한낮 더위를 식힌다. 그런데 송끄란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또 있다. 고대 태국의 ‘새해맞이 축제’이자 ‘정화 의식’인 것.
송끄란의 뿌리는 여러 설이 있지만, 힌두교 마카르 산크란티(Makar Sankranti) 축제에서 비롯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인도 등 힌두교 국가에서 기념하는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는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들 무렵, 태양의 위치가 물병자리로 바뀌는 시기를 기념하는 축제다. 이것이 치앙마이의 란나타이 왕국으로 전파된 것이 송끄란의 기원. 송끄란 축제가 열리는 4월 중순경은 태국 전통 달력에서 새해, 즉 태양이 양자리로 이동해 계절이 전환되는 시기다. 물을 뿌리는 행위는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이자, 불상을 닦고 심신을 정화하는 과정이다.
1888년 이후 태국 전통 달력이 폐지되고 1940년 태양력이 도입되면서 ‘송끄란=새해’라는 의미는 점자 흐려졌지만, 태국은 4월 13~15일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해 축제를 열고 있다. 송끄란 전후 열흘간은 태국 주요 도시에서 화려한 물 축제가 열리고, 물고기 방생 행사와 불상 닦기, 모래탑 쌓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방콕과 치앙마이, 푸껫 등 주요 도시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EDM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기도 한다.
단 과거와 현재 축제의 모습이 바뀌었어도 전통 의식은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다. 송끄란 기간에 태국인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의미의 “싸왓디 삐 마이()”를 자주 주고받는다. 외국인에게는 흥겨운 물놀이로 치부되곤 하지만, 태국인에게는 흩어진 가족이 모이는 명절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온가족이 함께 명절을 보낸다. 사원을 방문해 공물을 바치고 설법을 듣고, 대청소를 한다. 가문의 어른에게 물을 뿌리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어른은 자녀와 후손의 복을 기원하며 유대를 다진다.
UAE
열사의 사막에서 태양을 피하는 법


건조하고 뜨거워 나무도 자라기 어려운 환경에서, 중동 사람 대부분 온몸을 뒤덮는 의상을 입는다. 40℃를 넘나드는 환경에서 더위를 피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중동 지역의 의상은 더위뿐 아니라 추위도 막아준다. 중동 지역은 일교차가 매우 커, 겨울철 한낮 기온이 30℃에 육박하다가도 새벽녘 서리가 내릴 만큼 대기가 차가워지기도 한다. 이때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옷이 체온을 보호해준다.
중동의 전통 복식은 대부분 면이나 모, 마 소재다. 통풍이 잘되고 땀을 금방 흡수·배출한다. 특히 양모는 땀을 흡수해도 보송보송하고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통풍이 잘 되도록 품이 넉넉한 것도 특징. 천이 피부에 달라붙으면 뜨거운 열기와 땀이 잘 배출되지 않아 열사병에 걸리기 쉽다. 두바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을 방문한다면 이들의 전통 복식처럼 헐렁하고 긴 옷을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된다.
UAE에서 남성이 입는 옷은 ‘칸두라(Kandura)’, 여성이 입는 옷은 ‘아바야(Abaya)’라고 부른다. 칸두라는 손목, 발목까지 덮는 긴 원피스 형태로, 햇빛을 반사하는 밝은 색상이 주를 이룬다. 전통 복식인 칸두라는 군주의 위엄을 상징하기도 한다. UAE의 왕족이나 고위직 인사는 외부 활동 시 칸두라를 착용해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편 아바야를 비롯한 여성의 의상은 거의 대부분 검은색에 머리까지 감싼다. 이슬람 종교법에 본인의 가족 및 남편 외에 자신의 머리카락과 신체의 굴곡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머리를 감싸는 두건 구트라(Ghuttra)와 이를 고정하는 이칼(Iqal) 역시 사막의 모래바람과 햇빛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구트라와 이칼은 과거 유목 민족의 생활 문화가 깃든 유산이기도 하다. 낮에는 바람에 구트라가 날아가지 않도록 머리를 고정하고, 밤에는 낙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텐트에 낙타의 발목을 고정시킨 도구였다고 전해진다.
TIP. 호주의 여름은 벌레퇴치제와 함께
호주에서 벌레퇴치제는 필수다. 여름이면 모기, 파리, 개미 등이 창궐하는데, 그 크기와 개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흡혈 파리처럼 우리에겐 낯설지만 모기보다 가려운 상처를 남기는 벌레도 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호주에서는 다양한 벌레퇴치제와 연고가 발달했다. 해충이 기피하는 유칼립투스 성분을 함유한 보시스토스(Bosistos), 벌레 물림 후유증을 완화해주는 부시맨(Bushman) 크림, 다양한 벌레를 효과적으로 쫓아내는 에어로가드(Aerogard) 등이 인기. 10~3월, 즉 호주의 여름철에 여행한다면 벌레퇴치제를 꼭 구비하길 권한다.